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살다보면 한국과 다른 것이 많다. 그중의 하나가 결혼문화인데, 한국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같이 부부같이 사는 수가 많다. 이렇게 결혼을 하지 않고 부부처럼 사는 것을 사실혼(de facto relationship)이라 하는데, 2009년 3월1일부터 이런 사실혼 관계로 살다가 헤어지는 경우 재산 분배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정리한 법이 발효되었다.
서양의 기독교 문화도 한때는 마치 조선시대의 엄격한 윤리처럼 청교도 정신의 엄격한 성윤리가 있어, 결혼한 첫날 밤 처녀가 아니면 버림받는 비극적인 테스 같은 영국 소설과 순정 무구한 테스를 불행으로 떨어뜨린 엄격한 서양의 청교도 성 윤리도 한때 있었다. 이제는 모두가 다 아련한 옛날 얘기가 되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그냥 동거하면서 사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예를 들면 얼마 전 호주 최초의 여성 수상이 된 Julia Gillard도 결혼을 하지 않고 전직 미용사인 남자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호주에서 사실혼이 얼마나 보편화 된 문화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날씨가 항상 맑기만 바랄 수 없는 것처럼, 결혼을 하던 하지 않던 부부처럼 살다가 이혼이나 헤어지게 되면, 법률적으로 복잡한 재산권 분배다툼이 일어나기가 쉽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흔히 결혼 전이나 사실혼 관계를 시작하기 전 재산 분배 계약서(pre-nup)를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랑하여 결혼하는 사람이나 동거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이런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하기가 쉽지만은 않겠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이런 계약서의 작성이 필요하다 하겠다:
-사실혼이나 결혼관계를 시작하는 쌍방의 어느 한편이 일방적으로 많은 재산이 있는 경우
-사실혼 당사자 중 어느 한편이 부모한테 많은 유산을 받는 경우
-사실 혼 당사자 중 어느 한편이 큰 사업체를 경영하는 경우
-사실 혼 당사자 중 어느 한편이 이전의 결혼이나 사실혼 관계에서 낳은 자식이 있어, 그런 자식을 경제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
-사실혼 당사자 중 어느 한편의 소득이 다른 편보다 훨씬 많은 경우
-사실혼 당사자 중 어느 한편이 많은 부채(debt)가 있는 경우
-사실혼 당사자 중 어느 한편이 자신이 돌보아야 할 연로한 부모나 정신지체아 자녀가 있는 경우
– 사실혼 당사자가 나중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별거나 이별 시, 비싼 법률 비용이나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하는 경우
위의 예에서 보듯이 사실혼이나 결혼 등의 관계가 성립되면 헤어질 때 속된 말로 피 튀기는 법정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 주된 이유는 돈 문제 때문인데, 보통 사람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단 사실혼이나 결혼 관계가 시작되면, 두 사람이 헤어질 때 대비한 재산 분배 계약서가 없는 경우, 많은 문제나 분쟁이 벌어지기 쉽다. 말은 어떻게 하던 현실적으로 이런 경우, 돈이 있는 쪽이 없는 편에게 많은 돈을 뜯긴다고 보면 틀림없다.
이와 같은 현상은 여성의 권리가 강한 이 곳 호주 문화에서, 어느 한편이 가정에서 살림만 해도, 밖에서 돈을 많이 버는 남자와 재정적으로 동등한 기여를 한다는 법률상의 가정 때문이다. 2009년 3월1일 이전에는 결혼을 한 사람에게만 이런 재산 분배 규정이 적용되었지만, 2009년 3월1일 이후에는 결혼을 하지 않고 부부처럼 사는 사실혼 관계 사람에게도 이런 재산 분배 규정이 적용되게 되었다.
이러한 새 법의 도입으로 앞으로 사실혼 관계로 살다가 헤어지는 경우, 법원이 고려하는 것은 기존 재산 형성에 대한 각 각의 기여도 및 각자의 앞으로 필요한 재정적 필요도 고려하여 재산을 분배하게 되었다.
쉽게 말하면, 사실혼이나 결혼 전 재산 분배 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하지 않는 한 재정적으로 부유한 편이나 많은 돈을 버는 배우자가, 이별할 때는 많은 금전적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기가 쉽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재산 분배 시, 법원이 고려하는 것으로, 노후 퇴직보험(superannuation)을 나누고, 자녀 양육비를 18세까지 지급하고, 또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배우자에게 별거 후 생활비(maintenance)를 지급하라고 판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결혼이나 사실혼을 잘못하면, 헤어지는 시점에서 재정적으로 20년 가까이 (자녀가 만 18세 될 때까지) 재정적으로 아주 힘든 상황에 처할 수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위에 언급한 재정적으로 불평등한 상태에서 계약서 작성 없이 관계를 시작하는 경우, 돈많은 배우자가 매우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별도의 재산 분배 계약서(prenup agreement)를 작성할 것을 변호사로서 강력히 권한다.
어떻게 사랑하는 사이에 인정머리 없이 이런 계약서를 요구할 수 있느냐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신문기사를 참조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웨덴 공주(Crown Princess, Victoria)로서 지난 6월19일 자신의 운동 관리인이 평민과 결혼 전, 혼전 재산 분배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혼 시 공주 및 자신의 개인 소유 재산(private household possessions)의 50%만 분배 받을 수 있게 계약서를 작성했다. 참고로 공주의 일 년 소득은 연간 $750,000 이었다. (시드니 모닝헤럴드 기사 2010년 7월6일 기사)
-Box Hill에서 가족법을 전문적으로 하는 호주 모 변호사는 호주 수상이었던 Julia Gillard에게 아직 혼전 재산 분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면, 그런 계약서를 작성하라고 강력히 권고하였다 (The Sun Heralㅇ, 2010년 7월11일).
결론을 말하면 법은 자신의 권리가 있어도 그런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만을 보호한다. 권리가 있어도(혼전 재산 분배 계약서 작성 권리)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감정에 치우쳐 혼전 재산 분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나중에 큰 돈을 잃고 크게 후회하는 것보다 냉철한 이성으로 계약서를 작성함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확실히 보호할 것을 변호사로서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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